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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짝사랑

유명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작가님께 데이트 신청을 했었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작가님 글이 너무 좋아서 결국 메일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작가님도 무척 반가워 해주셨고. 멀리 경상도에서 서울로 오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몇 주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그 날이 바로 내일! 

그런데 오늘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아 저..." 

더듬더듬 자기소개를 하는 귀여운 목소리, 작가님이셨다.

갑자기 사정이 있어서 내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너무너무 아쉽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사정들까지 조곤조곤 자세히 말씀하시는데 너무 귀여우셨다.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귀여우신 작가님. 아아. 난 귀여운 여자에게 무척 약한 것 같다. 그렇게 다음 주로 미뤄진 약속. 난 또 손꼽아 기다려야지. 

한동안 혼자만의 생활을 하면서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공감을 채울 수 있는 사람. 

나에 대해, 글에 대해, 닮은 생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이지 벅찬 일이다. 

요즘 내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들어오는 일들, 만나는 사람들, 읽는 책과 영화들, 눈에 담기는 풍경들이 달라졌다. 작디작았던 나의 세계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다. 텅텅 빈 마음에 뭔가 차오르는 기분을 매일매일 느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딱 그만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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