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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주간

감기가 지독하다. 며칠째 콜록거리는 건지 세어보니 오늘로 2주나 되었다. 내 인생 통틀어 가장 긴 감기 주간이다. 차도가 요즘 날씨처럼 좋았다가 나빴다가한다. 어제는 감기가 조금 가뿐해진 것 같아서 '이런 때 아예 끝장을 보자'는 각오로 병원에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약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며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돌아보니 민규 씨 였다. 언젠가 한 번 출연했던 팟캐스트를 제작한 아는 사람 또는 동네 친구- 그런데 민규 씨 얼굴이 핼쑥하다. 작은 수술을 했다고 했다. 혼자 누워만 있으려니 그게 더 힘들어서, 볼일 겸 산책 겸 나왔단다. 쉴 새 없이 콜록대는 나와 움직일 때마다 통증 때문에 으으 소리를 내는 민규 씨. 우리의 대화는 이상했다. 

"콜록콜록, 민규 씨 괜찮아요? 콜록."
"수리 씨도. 으으으으. 괜찮아요? 으으."  

뭐 이런 대화랄까. 별 얘긴 안 했지만 반가웠다. 망원동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반갑고, 또 나만 아픈 게 아니라서 반갑고. (민규 씨 미안. 이게 무슨 심보람.) 암튼 우리 둘 다 아프지 말자고 서로 손을 흔들고 헤어졌다. 망원동은 요새 그린그린하다. 가로수 녹색 잎이 튼튼하고 건강하다. 왠지 나도 건강해질 것 같아서 한껏 숨을 들이마시고 씩씩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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