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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사람들 요즘 브런치에 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타인의 기억을 내가 글로 재구성해서 기록해드리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독자들에게서 사연이 많이 온다. 대부분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상처나 슬픔, 떠난 사람과의 행복했던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고작 '작가'라는 타이틀 덕분에, 그분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공짜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 글들이 말이다. 작가라는 내 글보다 훨씬 더 가슴을 울린다. 보통 사람의 서툰 글자들이, 따옴표 안에 살아있는 진짜 말들이 너무 따뜻하고 또 아프다. 자꾸만 마음을 울린다. 방금도 막 도착한 어떤 독자분의 사연을 읽고선 대낮부터 주룩주룩 울고 있다. 참 주책맞은 작가다. 내가 감히 그분들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음이 행복하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눈물만 난다. 더보기
아빠 탓 막 해가 진 밤. 한 여자가 자전거를 끌고 지나갔다. 뒷자리에는 여자애 하나가 타고 있었다. 엄마와 딸인 것 같았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데 끽끽, 하고 조그만 소리가 났다. 자세히 보니 뒷바퀴가 터져 있었다. 끽끽, 니네 아빠가 자전거 바람 넣는 거 깜빡했나 봐. 아우 힘들어. 그리고 씩씩, 엄마는 숨이 차는데. 여자애는 달랑달랑 발을 흔들며 사탕을 먹었다. 엄마의 뒷모습이 쉬지 않고 구시렁거렸다. 이게 다 아빠 탓이었다. 더보기
휘파람 부는 사람 갑자기 그녀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 내가 갑자기라고 말하는 건 그녀가 30년 넘게 휘파람을 불지 않았기 때문이지. 짜릿한 일이었어. 난 처음엔,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나 했어. 난 위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아래층에 있었지. 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날아든 새, 야생의 생기 넘치는 그 새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지저귀고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희롱하고 솟구치는 소리였어. 이윽고 내가 말했어. 당신이야? 당신이 휘파람 부는 거야? 응, 그녀가 대답했어. 나 아주 옛날에는 휘파람을 불었지. 지금 보니 아직 불 수 있었어. 그녀는 휘파람의 리듬에 맞추어 집 안을 돌아다녔어. 나는 그녀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어. 팔꿈치며 발목이며. 기분이며 욕망이며. 고통이며 장난기며. 분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