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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언니에게 언니, 나는 아파요. 폭력은 중독성이 강해요. 한 번, 두 번 그렇게 몇 번씩 계속되면 이상하게 무뎌져요. 애초의 공포는 두려움과 체념, 복종과 옹호로 변하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책하고 말아요. 모두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결국 나는 벗어날 수 없어요. 한 번, 두 번. 그럼 이것도 꽤 참을 만해요. 거의 매일 밤, 유리가 깨지고 망치가 문에 박혔어요. 15층 베란다 너머로 컴퓨터가 떨어졌어요. 쿠웅 소리가 났죠. 그리고 구둣발이 날아들었어요. 멍이 들고 피가 떨어졌어요. 시퍼런 칼등을 웅크리고 막았을 때, 그는 나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어요. 귀가 먹먹해질 때까지 아니면 눈이 퉁퉁 부어 붙어버릴 때까지 울고 나면 그나마 괜찮아졌어요. 아침은 생각보다 일찍 왔고. 소란은 금방 조.. 더보기
멋진 이름 2 "이름이 뭐예요?" 내가 내 이름을 말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이름이 특이한 편이라서, 이름을 말해도 상대방이 한 번에 알아듣고 제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고술희, 고술이, 고순이. 뭐, 이렇게들 받아적곤 한다. 고수리? 설마 이런 이름이 있겠어? 라는 미심쩍음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을 말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수리수리 마수리할때 고수리예요." 그럼 열에 아홉은 웃는다. 웃긴 이름인 것이다. 나는 내 이름이 웃겨서 좋다. 내 이름에 유머가 섞여 있어서 좋다. 슬쩍 웃고, 슬쩍 나를 마주보는 사람들에게, 재밌죠? 히히. 웃어줄 수 있어서 좋다. 웃음만큼 우리 사이를 말랑하게 만드는 좋은 마법은 없는 것 같다. 정말 무슨 마법 주문같은 이름이다. 수리수리 고수리. 멋.. 더보기
멋진 이름 1 커다란 병원에 갔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예약표를 기계로 뽑을 수 있었다. 게다가 초록색 양복을 입은 신사같은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셨다. 예약표를 뽑는데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보더니, "이야, 멋진 이름이네요! 부모님이 정말 멋진 이름을 지어주셨어!" "감사합니다." "멋진 이름 아가씨, 좋은 하루 보내요!" 웃으며 말씀하셨다. 앗, 심쿵! 이런 멋진 말투와 근사한 미소를 가진 신사 할아버지들이 나는 좋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