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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Edvard Munch. Der Neid 질투.

 

 

"내 신경이 이런 상황을 견뎌내다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내 나는 그녀의 남편이 눈치채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만약 눈치를 챈다면 그는 처음에 파랗게 질렸다가

나중에는 활화산처럼 분노를 폭발하겠지..."

 

연상의 유부녀와의 불륜이 뭉크의 첫사랑이었다.

뭉크는 '질투'라는 같은 이름의 그림을 몇 번이나 그렸는데.

그때마다 그의 불행한 사랑이야기는 그림에 녹아 내린다.

그의 첫 번째 연인은 그에게 상처만 줬던 세 살 연상의 유부녀였고,

그의 두 번째 연인은 그의 앞에서 총을 들고 자살하겠다고 했다.

이를 말리려던 그는 연인의 총격으로부터 오른손 중지가 절단된다.

 

이 질투는 그가 가장 처음 그린 질투.

그러니까 첫사랑을 향한 질투다.

 

우울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한 뭉크의 작품들을 보면

뭉크 자신이 경험했던 사랑의 감정을 독창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의 그림 속에 여인들은 남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아름답다.

그녀들은 종종 새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어찌나 도도하고 매혹적인지.

욕망과 쾌락, 자유롭지만 금지된 사랑의 여인들은. 아름답다.

 

그가 그린 '이별'을 보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그녀조차 순백으로 빛나고 있다.

심장을 움켜 잡고 있는 남자의 손에는 새빨간 피가 흐른다.

 

그는 6년 간의 첫사랑과의 사랑을 끝내고

심장에 새빨간 피를 철철 흘리는 피투성이가 된 채,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다.

 

"그녀는 내 가슴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가?

다른 어떤 그림도 그녀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나의 첫 키스를 빼앗아 갔고,

나로부터 '생의 향기'를 빼앗아 갔기 때문인가?"

 

뭉크는 평생 사랑 했지만 사랑 받지 못했고 상처받고 쓰고 그렸다.

온통 죽음과 공포, 광기와 불안, 절규로 가득했던 그의 삶에서 결국 '질투'는 사랑을 찾아 헤매던 뭉크의 '힘'이었지만 그는 단 한번도 그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다.

 

 

...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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