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밥해먹기의 귀찮음

'직장인'을 그만둔 후로는 매 끼니 밥은 내가 해먹는다.

처음에는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밥도 지어서 해먹었다.

그럴 듯 하게 세팅된 밥상은 사진도 찍고 흡족하게 미소지었다.

하루하루가 건강해지고 이제야 여유롭고 영양가 있는 슬로우 라이프를 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삼시세끼 다 지어먹고자 하면 정말로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장보기 - 재료 손질 - 요리 - 식사 -  설거지의 과정은 장장 몇 시간이 걸린다. 

장보기를 생략하더라도 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삼시세끼에서 보던 옥순봉의 하루가, 정말로 치열하고 고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동안 밥을 해먹으면서 나는 자아 성찰까지 했다.

어렸을 때 매끼 정성스런 밥상을 차려준 엄마에게 깊은 감사를.

아침 안 먹고 반찬 투정하던 철딱서니 시절에 뼈아픈 후회를.   

세상의 모든 요리하는 엄마들을 위해 뜨거운 박수를.  

앞으론 식당에서 음식이 늦게 나와도 짜증 내지 말지어다.

 

요즘은 밥해먹기의 귀찮음이 극에 달했다.

장 보러 가는 길이 천릿길이다. 

외식하는 날은 그야말로 올라!

 

아... 내 냉장고도 부탁하고 싶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의 생활  (0) 2015.06.17
오늘의 문장들  (0) 2015.06.09
뜨거울 때 꽃이 핀다  (2) 2015.05.28
응답하라 1999  (2) 2015.05.22
시장에서 만난 엄마  (0) 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