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원고 쓰는 날.
2주마다 찾아오는 일요일은 밤샘작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 일요일 오전 10시쯤 사무실에 들어가면, 다음날 정오나 돼서야 나올 수 있어요.
우리 작가들 사이에선 이를 '출소'라고 부른답니다.
뭐가 그리 바쁘겠냐 싶지만, 일단 가편 영상이 나오는 순간부터 밥 먹을 시간 씻을 시간도 없어요.
대부분 작가는 1분도 자지 못한 채 해롱해롱한 상태에서 '출소'를 하죠.
출소 후, 바로 여의도 방송국 본사로 시사 직행.
시사에서 탈 없이 괜찮으면 저녁 6시 전엔 퇴근할 수 있지만,
수정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꼼짝없이 그날도 밤늦게까지 일해야 해요.
일정 그대로 빡쎈, 이틀이 됩니다.
다른 불만은 없어요. 개콘을 못 본다는 것 정도?
정작 가장 큰 불만은...
원고 쓰는 날만 되면 날씨가 참 좋습니다.
밖에 나가서 광합성 하면서 걷고 싶어요. 놀고 싶어요.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일요일마다 비 좀 내렸으면 좋겠어요.
역시나 날 좋은 일요일.
회사 앞마당에도 봄이 왔습니다.
꽃들이 피었네요.
숨 막히는 뒤태.
요 녀석이 궁금한가요?
우리 작가들이 종종 먹이를 주는 길냥이 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보고도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아요.
요 녀석은 수놈. 왜냐면, 임신한 암고양이랑 늘 같이 오거든요.
오늘은 웬일로 혼자입니다.
카메라를 보더니, 척.
포즈를 잡아주네요.
폼 잡는 녀석.
그렇지만 이 사진 찍고 나자마자
자동차 배기통에 머리를 쿵 박았답니다.
푸하하. 은근 허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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