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화가 하메르스회는 그의 집과 아내를 그렸다.
북유럽의 고요한 회색빛, 부드럽고 차가운 색감, 간소한 방 내부와 아내의 뒷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하메르스회의 그림은,
동시대 화가였던 에드바르 뭉크의 격양된 불안감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내 짐작이 맞다면
하메르스회의 그림을 처음 접한 이들 대부분은,
아마도 에드워드 호퍼를 떠올릴 것이다.
찾아보니 그와 관련된 평도 있었다.
"베르메르와 에드워드 호퍼의 기묘하지만 영리한 융합"
- 배우 겸 작가 마이클 폴린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았던 하메르스회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고, 당시 덴마크 예술계에서 인정받지도 못했으며,
그가 죽은 후에 그의 그림은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꽤 평범하고 잔잔한 삶을 살았던 이 화가에게 묻고 싶다.
맘 속에 뭘 그렇게 꽁꽁 싸매두고 그림을 그렸냐고.
간소하고 잘 정리된 그의 그림 속에는
억눌린 감정과 고요한 단절감이 느껴진다.
오래된 기다림 혹은 거대한 고독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
애써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
그것은 담담한 위로로 다가온다.
조용히 울고 있는 나에게,
화가가 가만히 건네는 하얀 손수건 같은 느낌이랄까.
슬플 때 하메르스회의 그림을 보면 좋다.
한결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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