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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원

망원 우체국에 갔다. 우편을 부칠 중형 종이봉투 하나 가격이 70원이었다. 가방과 지갑을 뒤져봤지만, 현금은커녕 백 원짜리 하나 없었다. 

"제가 현금이 없어서 그러는데요. 카드로..."
"봉투는 카드 결제가 안 돼요."

"그럼 이 봉툿값을 이따가 우편 값이랑 같이 카드로..."
"봉투는 카드 결제가 안 돼요."

"아... 그럼 어떡하죠? 우편 못 부치나요?"
"봉투는 그냥 쓰시고, 다음에 70원 꼭 가져다주세요." 

몹시 단호했던 우체국 직원이 스르르 웃으며 말했다. 진지한 척 농담이었구나. 난 이게 뭐라고 그렇게 식은땀이 났을까. 관공서에만 가면 마치 시험 보는 학생처럼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우체국을 나오며 다짐했다. 다음에 70원 꼭 갚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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