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브레히트 . '나의 어머니'
...
나는 이 시를 오늘 한 번 읽고 다 외워버렸습니다. 물론 언젠가 읽었을 시이고 짧은 시이기 때문이겠지요. 가만히 보면 4행 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시에는 한 여인의 생애가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사실 잠깐만 집중하면 흐름으로 인해 쉽게 외워집니다. 그러나 외우는 것엔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한 번 읽자마자 시를 쭉 외우게 된 것은 특이한 일이긴 하죠. 당신에게 메일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고 브레히트의 시를 외우고 있습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고. 그리고 절실히 깨닫습니다. 예전에 이 시를 무심코 지나왔던 이유를. 그렇군요. 그랬어요. 그때는 나의 어머니가 아주 젊은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브레히트라는 시인은 대체 이 시를 언제 썼는가 찾아봤습니다. 1920년대더군요. 시집 뒤의 그의 연보를 다시 뒤져보니 1920년에 어머니 장례식 치름... 이라고 되어 있네요. 아마도 시인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온 밤에 이 시를 쓴 모양이지요. 그래요. 어머니란 존재는 시인도, 시인이 아닌 나도 이 세상에 있게 한 시작이지요. 시인은 그의 어머니를 묻고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고 쓰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라고 쓰는 그 순간의 시인은 어땠을까요. 읽는 자의 마음이 이리 흔들리는데 쓰는 자는 어땠을지.
...
정말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신경숙. [달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밤이 깊어서야 비가 쏟아져서 다행이야. 나처럼 너도, 오늘 내내 떠올렸을 이야기였을 거야.
가만히 네 이야기나 들어줄 걸. 왜 하필 오늘, 선한 네 마음을 외면하면서까지.
나는 위로가 받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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