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을 하던 어렸을 때 배웠지, 냉이나 씀바귀도 겨울 동안에는 뿌리가 길고 굵지만, 봄이 되면 뿌리의 힘이 잎으로 올라와 잎이 무성해지고 뿌리도 가늘고 짧고 허약해졌던 것을. 냉이나 씀바귀뿐이랴. 모든 초목들은 겨울 동안 제 뿌리를 깊이 튼튼히 키워야 봄 여름 가을을 뿌리만큼 높게 드넓게 자라면서 꽃과 잎을 피우고 열매 맺어 익힐 수 있다지. 높은 만큼 깊은 뿌리를 가졌다니, 초목이 그럴진대 사람이야 하고. 긴 생애를 살면서 주기적으로 자신의 잘잘못을 성찰하여 계획하고 고치고 바로잡을 준비도 하는 여유나 유예기간으로서 겨울철은 축복이라고, 불운에 더 덕 보는 게 값진 삶이라고 오죽하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싶지.
상처를 꽃으로.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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