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처를 꽃으로

봄나물을 하던 어렸을 때 배웠지, 냉이나 씀바귀도 겨울 동안에는 뿌리가 길고 굵지만, 봄이 되면 뿌리의 힘이 잎으로 올라와 잎이 무성해지고 뿌리도 가늘고 짧고 허약해졌던 것을. 냉이나 씀바귀뿐이랴. 모든 초목들은 겨울 동안 제 뿌리를 깊이 튼튼히 키워야 봄 여름 가을을 뿌리만큼 높게 드넓게 자라면서 꽃과 잎을 피우고 열매 맺어 익힐 수 있다지. 높은 만큼 깊은 뿌리를 가졌다니, 초목이 그럴진대 사람이야 하고. 긴 생애를 살면서 주기적으로 자신의 잘잘못을 성찰하여 계획하고 고치고 바로잡을 준비도 하는 여유나 유예기간으로서 겨울철은 축복이라고, 불운에 더 덕 보는 게 값진 삶이라고 오죽하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싶지.

상처를 꽃으로. 유안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Lady of Shalott  (0) 2013.05.30
Pawel on the beach laughing, Positano, 1996  (0) 2013.05.09
런던통신 1931 1935  (0) 2013.04.23
After'Invisible Man'by RalphEllison, the Prologue  (0) 2013.04.21
The Destroyed Room  (0) 2013.04.21